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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땀의 향기: 수해복구현장에서의 봉사활동
뉴스 속보로만 접했던 수해 현장이, 직접 두 발로 딛고 선 순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자비하게 휩쓸고 지나간 물길의 흔적은 삶의 터전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켜켜이 쌓인 흙탕물 냄새가 코끝을 찔렀습니다. 그 모든 절망 속에서, 저는 묵묵히 땀을 흘리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땀방울은 절망을 씻어내는 맑은 물과 같았고, 땀에서 풍기는 순수한 향기는 어떤 향수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오늘은 그날의 봉사활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새벽을 깨운 작은 용기, 그리고 도착
며칠 전부터 마음속에 머물던 수해복구 봉사활동 공고를 보고, 주말 새벽부터 길을 나섰습니다. 어둡고 텅 빈 도로를 달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차량과 함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곧바로 삽과 빗자루를 받아 들고 복구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풍경은 생각보다 더 참담했습니다. 흙탕물에 젖어 썩은 가재도구들이 집 앞에 쌓여 있었고, 진흙으로 뒤덮인 방바닥을 보니 피해 주민들의 상실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땀방울이 만들어낸 기적의 순간들
저를 포함한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집으로 흩어졌습니다. 제가 맡은 곳은 벽지가 너덜너덜해진 작은 방이었습니다. 흙과 모래가 뒤섞인 진흙은 끈적하고 무거워 삽질 한 번이 생각보다 큰 힘을 필요로 했습니다. 몇 번의 삽질만으로도 이마와 등줄기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옆에서 묵은 흙을 퍼내는 봉사자의 얼굴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지만, 그가 건네는 "힘내세요"라는 한마디에 묘한 동질감과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서로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전 내내 땀을 흘리며 흙을 퍼내고, 젖은 가구들을 밖으로 옮기고, 벽에 달라붙은 진흙을 긁어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잠시 앉아 쉬었습니다.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해 주신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었습니다. 서로 땀에 젖은 얼굴로 웃으며 국밥을 먹는 모습은, 진흙투성이인 현장에서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오직 땀과 진심만이 남은 현장
오후에는 더 많은 봉사자들이 합류해 손발을 맞추며 복구 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무겁던 삽질도 익숙해졌고, 물청소를 하며 흙을 쓸어내는 손길도 빨라졌습니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일했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마음속에는 오직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는 진심 하나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진흙으로 가득했던 방바닥이 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함께했던 봉사자들 역시 보람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습니다.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단순히 흙을 씻어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심어주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온몸이 쑤시고 뻐근했지만, 그 어떤 피로보다도 뿌듯하고 행복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그리고 남겨진 희망
온몸에 밴 흙냄새를 맡으며 돌아오는 길, 저는 생각했습니다. 봉사활동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 주는 작은 용기라는 것을요. 그날 흘린 순수한 땀의 향기는 제게 잊을 수 없는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수해복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처럼 따뜻한 마음들이 모인다면 어떤 절망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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